정부가 꺼내든 '전세 폐지론'.. 에스크로 제도를 아시나요?

전세사기로 심각해진 역전세 현상

 

 

온 나라를 뒤흔든 전세사기의 여파로 빌라 등의 역전세난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역전세란 전세를 계약했던 시점보다 전세가 만료되는 시점에 전셋값이 더 떨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2년 전 전세 계약 시 2억 원을 보증급으로 냈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 후 2년 간 전세를 살다가 계약이 만료되어 끝날 때 전세 시세가 1억 7천만 원으로 떨어지면 새로운 임차인이 이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는 경우를 '역전세가 났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심각해지자 정부에서 전세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가 가격 하락과 맞물리면 사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면서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표명하였습니다. 국토부 장관이 전세 제도 폐지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만은 아닙니다. 

 

 

전세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독특한 제도입니다. A 임대인은 집을 일정 기간을 계약하고 빌려주는 대신 전세 보증금을 받아 자금 융통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고 B 임차인은 주거비의 부담을 줄이고 전세금을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으로 사용할 수 있어 모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 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한 갖가지 제도들이 역전세난을 일으키는 데에 일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큽니다. 2020년 7월 31일 문재인 정부는 전월세 가격 인상률을 5%로 제한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기존 세입자가 기존 전세계약 2년에 다시 2년을 더 살도록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임대차 법을 시행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집주인들은 전세 물량을 거둬들였고 전세 매물이 적어지다 보니 전세 가격이 오르게 되는 부작용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아파트 전세 가격이 오르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빌라 전세로 수요가 늘어났고, 이는 다시 빌라 전세의 가격 상승을 초래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전세 사기 등으로 빌라에 대한 불신이 심해지면서 빌라 전셋값은 역전세가 나고 아파트는 물량이 적어져 아파트 전세는 가격이 폭등하는 '부동산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이용하여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분석하였더니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발생한 전세 거래 중 46%가 역전세 주택이었습니다.

 

 

 

 

전세사기 급증, 전세 대안으로 에스크로 제도..

에스크로(escrow)란

 

 

이렇게 각종 정책 제도의 부작용, 전세사기 등으로 빌라는 역전세난, 아파트는 전세난을 겪으면서 전세 시장이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이 생기면서 다시금 '전세 폐지론'이 등장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이미 깊게 뿌리내린 임대차 제도 중 하나인 전세 제도를 폐지하면 시장이 대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에스크로는 부동산을 거래할 중립적인 제삼자 (금융사 등)를 개입시켜 안전한 결제를 보장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즉 기존처럼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만료 시까지 맡겨두는 개념이 아니라 제3기관에 맡겨두는 부동산 서비스업에 금융업을 접목시킨 형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부 임대인이 임차인이 지불한 전세 보증금으로 갭투자 등 무분별한 투자를 하여 전세 만기 시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하여 실시한다면 전세사기 사태를 방지할 수 있고 전세보증금이 갭투자를 위한 투자금으로 쓰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했을 때 임차인에 대한 보호는 확실하지만 임대인의 반발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지불한 전세 보증금을 2년 간 무이자로 쓸 수 있는 자금이라고 인식하는 입장인 임대인들의 반발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전세 보증금 전부를 에스크로 제도를 이용하여 제삼자에게 맡기기가 부담스럽다면 일부라도 예치하는 임대인에게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등의 절충안을 마련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사회에 깊이 자리 잡은 전세제도를 한 번에 없애기는 현재 임대차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 자명합니다. 보증금이 높은 임대차 계약을 점차 줄이고 월세 시대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입니다.